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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이주자의 한국 이주경험과 귀환 (연구요약, IOM 연구보고서)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8-07-13 22:26
조회
6011
IOM 이민정책연구원 연구보고서 No. 2017 - 02

필리핀 이주자의 한국 이주경험과 귀환 (연구요약)


Migratory Experiences of Filipinos in Korea and Their Return to the Philippines


이창원 | 마루하 아시스 | 최서리 | 박성일

http://iom-mrtc.org/business/business02_1.php?admin_mode=read&no=423

이 연구는 한국 이주 경험이 있는 필리핀 출신 이주자에 관한 연구이고, 한
국과 필리핀의 이주 및 이민정책 전문연구기관의 협업의 결과이기도 하다. 국
제이주는 이주자의 생애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주의 영향은 여러
시점(이주 전후)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즉, 수용국에서 이주자의 삶의 모습
은 이주 이전의 경험 - 왜 이주를 택하였고, 왜 특정 국가를 목적국으로 택하
였으며, 이주를 위해 얼만큼의 비용을 지불했는지 등 - 이 영향을 미칠 수 있
고, 수용국에 있는 동안 모국의 가족과 어떤 관계를 유지하는지에 따라서 달
라질 수 있으며, 귀국 후의 삶에 대한 그들의 전망 - 취직이 용이한지, 수용국
에서 배운 경험이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는지 등 - 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
다. 수용국 내 이주자의 경험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국의 상황과 맥락을 동
시에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이 연구는 한국으로의 이주 경험이 필리
핀 출신 이주자의 삶에 어떤 영향과 의미를 갖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특히 한
시이주의 경우에는 수용국으로의 이주뿐만 아니라 본국으로의 귀환까지 아우
르는 전 단계의 경험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정책입안자의 관점에서도 효
과적인 이민정책 개발을 위해서는 이주자의 단계별 경험에 대한 이해가 필요
하고, 각 단계에 대한 이해를 통해 송출국과 수용국의 협업 가능성을 제고할
수 있다.

최근 국제사회에서는 이주(자) 관련 통계에 대한 관심이 증대하고 있다. 현
재는 송출국과 수용국에 가용한 이주(자) 통계에 대한 정보가 충분히 공유되
지 않고 있으며, 송출국과 수용국이 상호 필요한 정보가 조사를 통해 확보되
는지도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번 연구는 한국에서 가
용한 통계자료 중 필리핀 송출국의 입장에서 참고할 수 있는 자료를 만들어
내고자 하는 목적을 갖고 있다. 한국의 필리핀 출신 이주자 관련 선행연구들
은 주로 질적 연구방법을 사용하고 있어 이들의 생활 전반에 대한 현황을 파
악하기가 어려웠으나 이 연구를 통해 이러한 수요가 조금이나마 충족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연구에서 활용된 실태조사 원자료는 통계청에서
2012년과 2015년에 수행한 『외국인고용조사』와 여성가족부의 용역을 받아
한국여성정책연구원과 통계청이 2012년과 2015년에 공동수행한 『전국다문
화가족실태조사』, 그리고 법무부의 용역연구과제로 IOM이민정책연구원이
2013년 수행한 『체류외국인실태조사: 고용허가제 근로자 조사』 이다.

필리핀은 해외 이주의 역사가 오래된 나라로 정부가 해외이주를 적극적으
로 장려했다는 특징이 있다. 해외취업 필리핀 노동자들이 보내는 송금은 필리
핀 경제와 개별 가정의 삶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해외로 이
주하여 이들이 보낸 송금으로 필리핀에 남아있는 가족들의 경제적 상황이 나
아지는 것을 목격하면서, 그리고 필리핀에서 고용(취업) 여건이 크게 나아지
지 않으면서 점점 더 많은 필리핀 사람들이 해외취업을 선택하게 되었다. 해
외취업은 필리핀에서는 계층의 상향이동을 위한 흔한 전략이 되어버린 것이
다. 필리핀인의 한국으로의 이주는 한국경제가 급속한 성장을 경험하고 있던
1980년대에 시작되었다. 당시에는 한국정부가 외국인들에게 취업을 허용하
지 않았기 때문에 음악밴드나 가수 등 일부 직업을 제외하고 대부분 필리핀
출신 이주민들이 불법으로 고용되었다. 1990년대에는 많은 필리핀인들이 산
업연수생 신분으로 한국에 입국하였다. 또한 취업을 위한 공식적인 경로는 제
한적이었지만 이미 한국에 있는 가족과 친척, 친구 등을 통한 연쇄이주가 일
어났다. 한국정부는 2000년대 초반 고용허가제를 도입하여 MOU를 맺은 15
개 국가 출신자에게는 단순노무직에 한해 취업을 허용하였으며 이에 따라 필
리핀 출신자들도 한국에서 합법적으로 취업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다. 1990
년대까지 필리핀인의 이주는 남성이 다수를 차지하였다면 2000년대에는 필
리핀 출신 여성도 한국으로의 이주 대열에 합류하였다. 이 중 한국국적자와의
혼인을 통한 이주가 많았는데, 필리핀 정부가 1990년대부터 중개업을 통한
국제결혼을 법으로 금지했음에도 불구하고 필리핀인과 한국인의 결혼이 성행
하였다.

필리핀인의 한국 이주와 관련하여 양국의 정부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필리핀인의 해외취업이 확대되고, 특히 열악한 근로조건에도 불구하고 해외
취업을 하는 필리핀인들이 증가하면서 필리핀 정부는 이들의 권리를 보호하
기 위한 정책을 발전시켜왔으며, 동시에 이들과 그 가족의 안녕과 복지를 강
화하는 정책도 발전시켜왔다. 한국정부는 고용허가제 도입 이후 이주노동자
들에게 한국사회 적응서비스를 제공하였고, 최근에는 귀환지원 서비스를 제
공하기 시작했다. 더구나 한국정부는 한국인과 결혼한 이주자의 정착과 사회
통합을 촉진시키기 위한 정책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왔다. 지난 30여년 동안
한국으로 이주하는 필리핀인들의 이주는 취업 목적이 가장 대표적이다. 2000
년대 결혼 목적의 이주도 증가추세였으나, 최근 몇 년 동안 학업을 목적으로
한국에 입국하는 필리핀인이 증가하는 한편, 결혼 목적의 이주는 감소하는 등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이 연구의 주요 성과 중 하나는 필리핀 출신 이주민의 취업 및 사회생활
현황을 한국의 이주자 관련 전국단위의 대표적인 실태조사들의 원자료를 활
용하여 분석하였다는 것이다. 「외국인고용조사」는 체류자격과 상관없이 한국
국적 취득자를 제외한 만 15세 이상의 모든 등록외국인(90일 이상 한국체류
외국국적자)을 대상으로 조사하고 있다. 「전국다문화가족실태조사」 는 결혼
이민자 귀화자 조사, 배우자 조사, 청소년 자녀(만 9세~24세) 조사로 구성되
어있는데 이 연구가 활용한 자료는 결혼이민자 귀화자 조사자료 - 즉, 한국국
적 취득자 또는 한국인과 결혼한 외국인 응답자료 - 이다. 이 연구에서는 이
두 조사 자료의 2012년과 2015년 결과를 비교 분석하고 있다. 이러한 비교
분석을 통해 분석 결과가 특정 연도에만 발생한 특수한 상황인지 지난 3년간
의 지속적인 결과인지를 확인할 수 있으며, 3년 전에 비해 상황이 어떻게 바
뀌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의 실태조사 주요 분석결과는 다음과 같다. 필리핀 출신 이주민은 체
류자격과 상관없이 단순노동에 가장 많이 종사하였으며, 다른 국가 출신 이주
민에 비해 평균 임금이 낮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리핀 출신자들은 삶의
만족도가 다른 이주민 집단에 비해서 높게 나타났다. 필리핀 출신자들은 공동
체 모임에 적극 참여하는 편이고, 다른 이주민 공동체에 비해 사회적 연결망
도 비교적 잘 구축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이러한 점들이 필리핀 출
신자들의 삶의 만족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측된다. 한편, 차
별을 경험할 때 필리핀 출신자들은 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거나 시정요구를
하는 등 비교적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편이며 이를 통해 필리핀 출신자들의
높은 권리 의식을 엿볼 수 있었다. 이러한 권리 의식은 필리핀 출신자들이 한
국으로 오기 전 해외취업자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사전교육의 효과 및 다양한
정보 확보, 그리고 필리핀 출신자들의 높은 교육수준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
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필리핀 출신자들은 한국어 능력 수준이 낮은 편이
며 이것이 필리핀 출신자들이 겪는 많은 어려움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필
리핀 출신 학부모는 한국어 능력 부족으로 학교 회의나 학부모들 간의 모임
에 참여하기를 꺼려하며, 이로 인해 정보 접근이 어려워 자녀의 학교 교육에
도움을 제대로 주지 못하고 있었다. 한국어 능력이 이주자의 취업과 사회생활
적응에 매우 중요한 요소임을 고려할 때 필리핀인 대상 한국어 교육이 강화
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 연구의 4장에서는 한국에서 일하거나 유학한 필리핀 출신자들의 실제
귀환 경험을 다룬다. 필리핀정부와 한국정부 사이에 맺은 고용허가제(EPS)
MOU는 필리핀 출신자들의 귀환 및 필리핀 사회로의 재통합을 촉진시키기
위한 조항들을 포함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이주민의 재정 부담을 덜기 위해 취
업알선 비용을 면제하고,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장치를 마련하여 임
금이나 근로조건의 유지 및 향상에 기여하도록 하며, 해피 리턴(Happy
Return) 프로그램 등을 통해 귀환이주자들이 한국에서 습득한 경험과 기술을
활용하여 본국에서 잘 통합되도록 지원하기도 한다. 고용허가제를 통해 한국
에서 취업생활 후 필리핀으로 귀환한 사람들을 면접조사한 결과 그들은 한국
취업 시 취업알선비 부담이 없었고, 급여가 잘 지급되었으며 고용이 안정적이
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동시에 이들은 노동자로서 더 나은 근로조
건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사업장 이동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귀환
이주자들은 한국에서 일을 하면서 어느 정도 자신의 목표를 달성했지만, 고용
허가제가 이주노동자들의 귀환과 모국에의 재통합에 도움이 되었는지에 대해
서는 논쟁적이었다.

한편 고용허가제 계약기간이 종료되고 필리핀으로 귀환한 것이 그들의 이
주 여정의 끝이 아니었다. 필리핀에서 은퇴연령은 65세이고, 선택 또는 조기
퇴직은 60세이다. 은퇴 연령 전에 다시 이주를 계획할 수 있다. 학교에 다니
는 자녀가 있는지 여부 등 이주자 가족의 여건에 따라 그들의 취업이나 이주
에 대한 계획이 영향을 받기도 한다. 이렇듯 이주자와 그 가족의 생애주기에
따라 고용허가제 계약이 끝날 때 이주자들은 세 가지 선택지를 마주하게 된
다. (단속과 강제퇴거 등의 위험을 감수하고) 한국에서 불법취업을 할 것인지,
(낮은 소득을 감수하고서라도) 필리핀으로 돌아갈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목
적국으로 이주할 지이다. 면접에 응한 대부분의 귀환자들은 세 번째 선택지
(다른 국가로 이주)를 희망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3장의 실태조사 분석에서는
필리핀 출신 고용허가제(E-9) 노동자 대부분은 체류기간이 끝나면 본국으로
돌아갈 계획을 갖고 있었는데, 귀환 이후 필리핀에서 비즈니스를 시작하고 싶
다(53%)거나 또는 다시 한국에 와서 취업하고 싶다(30%)는 의견이 대부분이
었다. 필리핀에서 취업을 하겠다는 응답자는 약 10%에 불과했다.

귀환이주자의 재통합을 위해 필리핀 정부와 한국 정부가 협력을 강화할 필
요가 있다. 귀환이주자들은 근로조건에 대한 기대가 높아서 필리핀에서 취업
을 하기가 어렵다고 하였다. 그 동안 고용허가제 출신 귀환자들이 본국 내 한
국기업의 중간관리자로 취업하도록 지원하는 방안이 논의되어 왔다. 그러나
현지 한국기업의 중간관리자에게 요구되는 자격과 귀환자들이 보유한 자격
요건이 잘 맞아떨어지 않는다는 문제점이 지적되었다. 3장에서 필리핀 출신
자들의 한국어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짐을 확인하였는데, 한국어 능력 부족
은 한국생활에서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필리핀 소재 한국기업에 취업할
때에도 장애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에서는 주로 제
조업 생산직에 종사했기 때문에 현지 한국기업이 요구하는 관리직 경험이 별
로 없다는 문제점이 있다.

마지막으로 필리핀 정부는 아직 귀환이주자들의 재통합에 대해서는 해외취
업 알선에 쏟는 만큼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귀환이주자들은 동질적인
집단이 아니다. 귀환시기도 다르고, 이들이 재정착하는 지역도 다르다. 귀환
이주에 대한 데이터 부족도 재통합 프로그램을 개발하는데 장애요인이 되므
로 귀환이주 관련 정보의 체계적인 수집과 분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
러나 이러한 재통합정책 혹은 프로그램 개발보다, 더욱 근본적으로 해결되어
야 할 것은 필리핀의 경제발전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근로환경 개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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