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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축산업 이주 노동자들이 당면한 문제들 2021. 1. 9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07-13 16:24
조회
1774
농축산업 이주 노동자들이 당면한 문제들

- 캄보디아 여성 이주노동자 A씨의 죽음을 애도하며 -

 

지난해 12월 20일(일) 경기도 포천의 한 농장 비닐하우스에서 캄보디아 이주여성 노동자 A씨가 사망한 채 발견되었다.  함께 근무한 4명의 동료들의 말에 의하면 포천 지역이 영하 18.6도까지 떨어져 한파 경보가 내려진 금요일(18일)부터 비닐하우스 숙소에 전기와 난방 장치가 작동되지 않았다고 한다.  포천 일대는 14일부터 영하 10도 이하의 맹추위가 계속되던 중이었다.  함께 지내던 여성 노동자 다섯명 중 세 명은 너무 추워 18일 다른 노동자의 숙소로 옮겨 주말을 지냈고,  A씨와 한방을 쓰던 B씨도 19일 숙소를 나갔다고 한다.  A씨만 혼자 남아 19일 밤을 보냈고, 20일 오후 숨진 채 발견된 것이다.  19일은 농장이 위치한 포천 일대의 기온이 영하 18도까지 떨어져 한파경보가 발령됐다.  진술을 종합해 보면 난방장치가 작동되지 않은 것이 사망원인으로 보이지만 국과수의 부검 결과는 간경화로 인한 사망이라고 한다.  건강보험 가입자라는 A씨는 왜 이렇게 사망에 이를 정도로 간경화가 진행되기까지 방치되었을까?  여러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  A씨 가방엔 최장 허용 노동기간인 4년10개월을 채우고 20일 후인 1월10일 고향으로 돌아갈 항공권이 놓여있었다.

농업 인구의 고령화, 농촌 지역 공동화에 따라 농촌엔 노동력이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그에 따라 고용허가제를 통해 들어오는 외국인 이주노동자는 증가일로에 있는 상황에 발생한 A씨의 안타까운 죽음을 계기로 농축산업 이주 노동자들이 당면한 문제들을 다시 한 번 살펴본다.

첫째, 숙소 문제

농축산업 이주 노동자들의 열악한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한 결과, 기대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2019년에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58조의2(근로자의 사생활 보호 등) 가 신설되었다.  문제는 이를 실행할 의지와 감시감독할 행정력이다.  이번 A씨 사망 사건을 계기로 고용노동부는 전국 농축산업에 종사하는 이주 노동자들의 숙소 - 주거 형태, 설치 장소, 침실, 화장실, 세면 및 목욕시설, 냉난방시설, 채광 및 환기시설, 소방시설의 설치여부 및 관리 상태, 전기안전진단 이행 여부 등을 중점적으로 전수 조사하여 불법사항이나 위험요소를 개선하거나 안전한 임시주거시설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처해야 할 것이다.

둘째, 국민건강보험 가입문제

고용노동부는 농축산업의 소규모 영농인들을 위해 ‘농업경영체등록확인서’만 제출하면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사업자등록증 제출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업자등록을 한 영농인들에게만 직장건강보험 가입 자격을 부여하는 건강보험공단은 사업자등록은 하지 않은 소규모 영농인들에게 고용된 이주 노동자들의 직장건강보험 가입을 원천 차단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고용노동부도, 건강보험공단 두 기관은 지금까지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두 기관은 머리를 맞대어 농축산업 이주 노동자들이 제조업 이주 노동자들과 차별이 없도록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셋째, 산재보험 가입 문제

농업분야의 산재보험은 원칙적으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를 고용하는 사업(사업장)을 적용범위로 하기 때문에 상시노동자 5인 이상의 농업법인이나 영농법인의 경우에만 산재보험 의무 가입 대상이며 5인 미만의 소규모 농작업장은 산재보험 가입이 원천적으로 배제되어 있다.  그런데 이주 노동자의 상당수는 5인 미만의 소규모 자영농에 고용되어 있어 산재보험 사각지대에 있다.  재해가 발생하면 결국 고용주인 농민이 본인 비용으로 치료와 보상을 해야 하기 때문에 고용주의 지불능력이나 의사에 따라 재해자의 치료와 보상 수준이 달라지게 된다.  산재보험 적용범위를 확대하여 법인 아닌 5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 까지 산재보험이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사람은 모두가 하나님 형상을 따라 지음 받은 존귀한 존재이다,  부검 결과는 간경화 때문이라지만 제대로 진료 받을 기회도 갖지 못하는 노동 여건과 하루 긴 노동에 지친 몸 편히 뉠 숙소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농축산업 이주 노동자들이 새해엔 더 개선된 환경에서 보람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힘을 보태야겠다.  이들은 우리를 대신하여 부모님 농장에서 일하고 있지 않는가?

 

2021. 1. 9

이헌용 드림